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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즐거움

선생님 고마웠습니다

by 감성노트 2024.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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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엔 첫눈이 함박눈으로 쏟아져 대설주의보가 발효되었다지만, 남녘의 우리동네는 맑은 하늘에 햇볕이 나리는 공기가 상쾌한 날입니다.

오후에는 비가 예보되었기에 부근 산으로 연결되는 공원에 오전 산책을 나섰습니다.

이어폰에는 1976년 10월 2일, 고등학교 3학년때 열렸던 음악회 녹음을 연결하였습니다.

 

 

엊그제 허선생님의 부고를 접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음악선생님이자 밴드반 지도교사 셨습니다.

크지않은 키에 마른 얼굴, 매서운 눈초리 때문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 이셨습니다.

얼떨결에 들어간 밴드반에서 3년간 유포니엄을 불었습니다.

매년 10월 가을축제 기간에 밴드반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허선생님은 6월이면 선곡을 시작하셨습니다.

엉성한 우리 실력으로도 할만한 곡들을 추려내어 프로그램을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7월부터 매일 방과후 두 세시간씩 연습을 시키셨습니다.

방학때는 2주정도 합숙훈련도 하였구요.

연습이 부족하여 연주가 따라오지 못하거나 하모니를 이루지 못 할 때면 예술가 답게 예민하신 선생님은 너희들과는 더이상 못하겠다며 지휘자 보면대를 발로 차고 일어서 가버리십니다.

몇몇이 찾아가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반성하며 부탁드리면 다시 오셔서 지휘를 하십니다.

그렇게 3개월 정도 합주연습을 하면 저같은 막귀에겐 제법 들어줄만한 소리가 됩니다.

졸업시까지 이런 음악회 연습을 세 번 하고나니 처음엔 안들리던 다른 악기의 소리가 들리고 그 소리가 내 소리와 어떻게 어루러지는지도 듣게 되더군요.

선생님의 열정이 제자들에겐 음악을 느낄수 있게 되는 좋은 선물로 전달된 것이겠지요.

 

오늘따라 공원의 조형물이 높은음자리표로 보입니다.

선생님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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