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날 계속 맑은 하늘을 보이더니 오늘은 영 다른 날씨가 되었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밝아지지 않는 흐림으로 시작된 오늘은 가을이 조금 더 깊어갑니다.
딱히 가야할 데가 없어진 생활이 반 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익숙해 지지 않습니다. 무언가 해야할 것이 있는데 하지 않고 있다는 불안감이 오래 묵은 습관에서 털어지지 않았나 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편하게 안심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을 확보하지 못한 때문일겁니다.
이리저리하여 아내와 둘이 소박한 생활을 지속할 정도의 연금을 받게 되었을 때 나 자신의 시간을 갖고자 돈 벌러 나가는 활동을 멈추었습니다. 내가 가진 시간이 얼만큼인지 알 수 없지만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기에 더 줄어들기 전에 시간을 느끼며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론 조금 더 벌면 조금 더 여유가 생길텐데, 아내도 그 것을 좋아하지 않을까, 만일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면 어쩌지, 아무래도 일을 더 찾아보아야 할까.... 등등의 생각이 수시로 나의 자유로운 시간을 방해합니다.
화요일 오전,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주차장은 비에 젖어 있습니다. 커피를 한 잔 내려서 손에 들고 마시며 내려다 봅니다. 쎄게는아니지만 비는 계속 내립니다. 군데군데 비어 있는 자리를 바라보며 일하러 돈벌러 출근한 이들에게 속으로 조용한 응원을 보냅니다. 한 편으론 연민을 느끼면서. 나도 40여년을 그렇게 보냈지만....
아~! 가을이 깊어지고 흐린 하늘에 비까지 추적이니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것 마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근심은 접어두고 이미 식어진 커피라도 홀짝이며 이 가을을 마저 즐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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