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에 현업에서 떠난 67세 은퇴남이 64세 아내와 함께하는 자유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제가 무슨 특별한 여행가도 아니고, 뭐 세계일주를 하겠다는 대단한 꿈을 가진 것도 아니며, 그저 동네 주변에서 쉽게 마추치는 보통의 아저씨 입니다만.... 지금 시간이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잘 걸을 수 있을 때 여행을 다녀오자고 아내와 의기투합 하였기에 나름 심혈을 기울여 계획하였고 그 것을 실행해 보았습니다.
패키지여행은 그저 가이드가 가라면 가고 쉬라면 쉬는, 만고에 신경쓸 일이 없는 정신이 편한 여행이지만 코스와 일정을 여행사가 마련한 상품중에서 선택해야하는 한계 때문에 망설여져서 자유여행으로 가닥을 잡고 추진하였습니다.
그동안 자유여행 경험은 일본 오사카지역, 대만 타이베이지역, 베트남 다낭지역을 일주일 이내의 기간으로 계획하여 다녀온 적은 있으나 유럽의 도시들을 넘어다니는 여행의 계획은 처음 이었습니다.
물론 예전에 업무상 출장으로 유럽지역을 여러번 드나들긴 했어도 대부분은 정해진 방문지에 정해진 일정으로 이동하며 항공이나 호텔, 지역간 이동수단등 대부분 회사에서 예약을 해주기에 특별히 개인이 신경쓸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약 3주간의 모든 일정을 주관식으로 짜려고 하니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결정의 고통을 느껴야 했습니다.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만족스런 결과로 나타날지 아니면 짜증나는 불쾌감으로 망쳐질지가 나의 결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에 결정장애로 망설이다 선택을 바꾸기도 여러번 하였습니다.
어찌되었든 지금은 계획했던 일정을 무사히 소화하고 집에 돌아와서 지난 여행을 차분히 되돌아 보며, 저와 같이 자유여행을 계획하시는 분이나 생각은 있는데 망설이시는 분에게 이번에 얻은 저의 경험이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하는 마음으로 그 흔적을 남겨보려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저의 여행기록을 시작하겠습니다.
여행자금
수년전 작은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였을 때 두 아들을 앉혀놓고 이제 부모로서의 역할을 마쳤음을 공표하였습니다. 이후부터 아이들 밑에 돈이 들지 않으니 처음으로 여윳돈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는데 아내와 협의하여 이를 적금에 넣어 은퇴후 여행자금으로 쓰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지역
우리 부부가 선호하는 지역이므로 이견 없이 유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서유럽은 10년전에 부부가 같이 패키지 여행으로 다녀왔고, 북유럽 쪽은 제가 업무상 여러번 다녀왔으나 딱히 여행하기 좋다는 느낌은 없었기에 동유럽이나 남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을 고려하였습니다.
아내는 양 쪽 모두 친구들과 다녀왔으나 패키지 여행으로 제대로 본 것 같지 않고 양 쪽 다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니 저에게 결정하라고 합니다. 저에게 동유럽은 조금 어두운 이미지 남유럽은 너무 밝은 이미지로 인식되고 있었는데 양 쪽 모두 가서 느껴보고 싶었지만 스페인/포르투갈을 먼저 가보기로 선택하였습니다.
여행시기
제가 일을 마치는 시기가 5월로 정해져 있었고 아버님 기일이 10월 중순에 있으므로 6월~9월 사이가 가능한 기간 이었는데, 보다 구체화 하기위해 여행지역의 날씨를 살펴보니 스페인 남부지역이 8월까지는 엄청난 더위로 피하는 것이 좋을 듯 하고 6월은 너무 밭으어서 9월로 여행시기를 정하였습니다.
여행코스
여행할 도시는 스페인에서 4개(마드리드,세비야,그라나다,바르셀로나) 그리고 포르투갈에서 2개(리스본,포르투)로 정했고, 먼저 쌀쌀해지는 북쪽을 우선 들르고 남부는 더위가 덜해지는 9월말에 가는 순서로 코스를 잡기로 하였습니다.
여행할 도시를 순차적으로 나열하고 들어간 곳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여 동선을 줄이려 코스를 잡으니 마드리드(IN)-포르투-리스본-세비야-그라나다-바르셀로나(OUT)으로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여행일정
도시별로 시티투어 하루와 근교투어 하루를 기본으로 삼고 도시간 이동시간을 고려하니 각 도시에서 3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6개도시를 방문할 것이기에 총 18박을 기준으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총 18박 내에서 약간의 조정을 하였는데.... 포르투에 대하여는 좋다는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 하루를 늘려 4박으로 하고, 그라나다는 알함브라만을 중점으로 두었기 때문에 하루 줄여 2박으로 조정하였습니다.
여행예산
여행코스와 일정이 정해지며 대략적인 비용을 가늠해 보려고 많은 시간을 들여 이곳저곳 웹사이트를 검색하며 대략적인 비용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상세계획을 세우는데 도움되는 정보들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교통 : 왕복 항공료 + 도시간 이동수단 = 400만~500만
▶숙박 : 25만/일 x 18박 = 450만
▶관광 : 시내투어(15만x6) 90만 + 근교투어(30만x4) 120만 + 입장료 40만 = 250만
▶식사 : 5만/식 x 2식/일 x 20일 = 200만
▶기타 : 시내교통, 간식, 카페, 물 등 5만/일 x 20일 = 100만
천차만별인 스페인 왕복항공료가 큰 변수로 남아 있었지만 위와 같인 2인 기준 약 3주간의 여행예산을 1500만원 으로 잡아볼 수 있었습니다.
여행예약
여행계획의 확정은 숙소와 교통편 그리고 관광일정에 필요한 예약이 하나나하씩 진행되면서 실감하게 되는데 이 과정 역시 결정의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비용을 좀 줄일 것인지 아니면 편함의 댓가를 과감하게 지불할 것인지의 선택에 마주하게 되고, 예상치 못한 상황변화로 취소시 전액을 날리는 리스크를 지고 취소불가의 싼가격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20~30%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유사시 무료취소의 혜택을 받을 것인지 선택해야 했습니다.
저의 경우는 항공편은 가성비를 선택했는데 큰 불만은 없었고, 숙박은 무료취소를 선택하였는데 계획된 일정대로 여행을 마무리 했으므로 결과적으로 취소불가를 선택하였다면 경비를 절감할 수 있었겠지만 무료취소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이니 보험료를 내었다고 간주하였습니다.
여행언어
해외 자유여행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이 여행지에서의 의사소통일 것 입니다. 이 번 여행지의 언어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인데 전혀 배우거나 접해본 적이 없었지만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습니다.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조금 사용할 줄 안다는 것과, 유명 관광지에서는 대부분 영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무슨 토론이나 연설을 할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택시를 타거나 물건을 살 때 접하는 현지인과는 단어 몇 개를 나열하거나 표정과 손짓에 더하여 필요시 스마트폰 번역기를 사용하면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확정
작년 말부터 구상해오던 여행은 4월에 스페인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면서 확정되었습니다.
이후에 숙박, 교통, 관광, 입장권 등의 예약을 차례로 진행하면서 출발직전인 9월초까지 '고심-변경-예약'의 과정을 보내며 결정의 고통과 결정된 목록이 늘어나는 뿌뜻함을 동시에 느끼는 여행준비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집떠나면 고생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반추해 보면 여행보다 여행준비가 더 즐거울 수 있다는 데 공감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렇게 완성된 저의 상세한 여행일정과 예약목록을 다음 포스팅에서 낱낱이 공개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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