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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의 즐거움

아동 : 소보로의 추억

by 감성노트 2024.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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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새벽에 일어나십니다.

여덟 식구의 아침식사와 네 개의 도시락을 준비해야 했기에 엄마는 눈을 뜨자마자 바쁘게 움직이십니다.

고등학생, 중학생, 국민학생인 형들과 누나들, 그리고 아버지에게 집에서 나서는 순서대로 아침상을 준비해 주시고, 학교가는 형들과 큰 누나에게 도시락을 하나씩 들려 주셨습니다.

세명의 형과 두명의 누나가 등교하고 아버지도 출근 하시고 나면 어수선하던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 집니다.

 

엄마와 나, 평화롭게 아침식사를 합니다.

엄마는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의 고요함을 조용한 식사를 하면서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식구들이 저질러 놓은 일거리가 쌓여 있고 그 것들을 곧바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의 여유를 누리시는 듯 합니하다.

내가 밥을 다 먹고도 엄마는 한참을 더 드십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거의 한 시간쯤.


나에게 지루한 시간이 옵니다.

아침식사를 마친 엄마는 다시 바빠지십니다.

설겆이와 빨래 그리고 청소.... 

작은 누나가 먼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간단히 점심을 준비해 주십니다.

점심후에 누나는 친구 찾아 놀러 나가고 엄마는 하시던 일로 돌아가 계속 하십니다.

동네에 또래가 많지 않았던 나는 혼자 집에서 뒹굴거리다 혹시 누가 나왔을까 골목 밖을 기웃거리기를 반복합니다.  



늦은 오후, 엄마는 집을 나섭니다.

큰 누나와 형들이 차례로 돌아오기 시작할 시간이면 엄마는 저녁 찬거리 준비를 위해 시장엘 가십니다. 

가끔은 나에게 따라갈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기도 하여서 엄마 손을 잡고 시장 구경을 하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삼선교 시장은 성북천을 하류쪽으로 따라가다 전차길 대로를 건너면 그 입구가 나왔습니다. 

 

 

 

 

나는 시장이 싫었습니다.

시장길은 입구에서 부터 질척였고 안으로 갈수록 더 심해졌습니다.

비린내나는 생선 주변을 맴도는 똥파리, 곧 목이 비틀릴 닭이 날개를 푸덕이는 모습, 검붉은 선지가 담긴 다라이를 휘젖는 모습을 보는 것이 싫었습니다.

길가로 튀어나온 좌판들이 길을 좁게 만들어 사람들이 부딪히며 다니는 복잡함이 싫었고 그 사이를 때릉거리며 비집고 다니는 자전거가 싫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엄마 손을 놓쳐서 집잃은 아이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싫었습니다. 



그래도 따라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문방구에서 파는 딱지, 팽이, 구슬, 조잡한 인형 따위와는 다른 진짜 멋진 것을 구경할 수 있는 장난감 가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엄마가 그런 것을 사주실 거라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다섯살의 어린 나이 였지만 우리집은 그럴 형편이 안된다고 이해하는 정도의 조숙함은 있었나 봅니다. 

그래도 유심히 보아두었던 장난감의 기억을 자기 전 이불 속에서 불러내어 내 손에 쥐고있는 상상으로 행복해 질 수 있었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장을 보고 돌아 오는 길에 자주 들르는 과자집이 있습니다. 

엄마는 이 곳에서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센베이 과자를 사십니다.

삼각형 넓은 변 쪽에 김가루가 섞여 들어간 것, 쪼개진 땅콩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동그란 것, 그리고 생강 맛의 흰 가루로 덮혀진 김밥 말이 모양의 것 등의 센베이를 골고루 한봉지 크게 담아도 무겁지 않습니다. 

 

 

 

 

소보로

과자집에서는 팥, 크림, 소보로등 몇가지 빵도 같이 만들어 팔았는데 엄마는 막내 아들이 소보로를 좋아하는걸 모르실리 없습니다. 

거북이 등딱지 처럼 붙어서 빵이라기엔 딱딱하고 과자라기엔 부드러운 껍질의 단 맛이 좋았고, 안쪽으로 공기를 듬뿍 품은 공갈빵 같지만 물렁하면서 쫀득한 빵 안쪽의 식감도 좋았습니다.

특히 갓 구워져나온 따끈한 소보로는....    

센베이 과자를 사는 날이면 엄마는 늘 내손에 소보로 한 개를 쥐어 주셨습니다. 



그 소보로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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